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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2차 발사가 오는 6월 15일로 예정됐다.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을 기원하며,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했던 한국형 발사체를 무대 뒤에서 묵묵히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산업(주) 우주사업실 이창한(49) 실장을 만났다.(경남공감 2022년 6월호) 글 배해귀 사진 김정민누리호 1단 추진제 탱크 제작에 자부심 느껴누리호 2차 발사를 약 한 달 남겨놓은 지난달 중순, 사천시 용현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종포사업장(발사체 전용공장)에서 만난 이창한 실장은 만나자마자 누리호 1단 추진제 탱크를 소개했다.“누리호는 순수 우리기술로 만들어진 ‘한국형 발사체’입니다. 승객인 위성을 실어 지구 밖 우주 공간까지 안전하게 옮겨주는 택배 서비스를 하는 도구라고 보면 됩니다. KAI에서는 누리호 체계 총조립과 1단 추진제 탱크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3단형으로 이뤄진 누리호 1단은 높이 23.1m, 직경 3.5m로 바로 이것이 추진제 탱크 개발 모델입니다.”그의 설명대로 눈앞에 보이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추진제 탱크는 그 자체만으로도 장관이다.이 실장은 지난 2014년부터 누리호 추진제 탱크·차세대 중형위성·다목적 실용위성 개발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우주에 진출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발사체 개발 능력 보유’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주 개발 능력은 인공위성 개발 능력, 우주 탐사 기술 보유 여부, 그것을 실현해 줄 수송수단 보유 여부로 가늠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발사체 개발 능력이 핵심이다.“원할 때 우주 공간으로 위성이나 탐사선을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누리호를 만들기 전까지는 우리나라가 러시아 같은 외국 기술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죠. 그럼 외국에서 위성을 쏘아 올려 줄 수 없다고 하면 우리나라는 위성을 쏠 수가 없는 거죠”라며 누리호가 순수 우리기술로 만들어진 첫 국산 우주로켓으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이 세계 7번째 1톤 급 이상의 위성을 저궤도 600~800km까지 올릴 수 있는 진정한 우주 강국 참여자가 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단 16분으로 성공·실패 갈려 항상 부담 느껴누리호 발사 성공 여부는 지상을 떠난 지 16분이면 결정된다. 그는 9년간의 노력이 단 16분 만에 성패가 갈리는 것이 심적 부담이 무척 크다고 말한다.“지난해 10월에 발사한 누리호는 거의 성공한 줄 알았어요. 최종 미션에는 실패해 저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들이 정말 많이 속상해 했죠. 눈물이 글썽글썽했으니깐 말이죠. 사실 만드는 과정이 참 중요한데, 일반 국민들은 16분의 과정과 결과만 보고 말씀하시니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동시에 실패한 이유가 혹시나 내가 한 작업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되지요.”그는 누리호 1차 발사가 비록 위성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700km까지 올라가는 모든 과정이 성공했고 의미 있는 한 걸음이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주 기술자로서의 자부심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국가의 자력적인 우주 개발 기반을 닦았고, 거기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긍심이 있습니다.”사천 항공우주청 설립으로 정책의 연속성 기대지난 5월, 항공우주산업의 컨트롤타워가 될 ‘항공우주청’이 사천에 설립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지금까지 우주항공 정책은 연속성이 부족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사천에 항공우주청이 설립되면 일관성 있게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거란 기대와 올드스페이스에서 뉴스페이스 시대로 갈 거라는 기대감이 큽니다. 무엇보다 산업체 중심으로 갈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도와 지원도 아낌없이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KAI에서 누리호 제작에 참여한 인원은 40여 명. 난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것을 풀기 위해 항공 개발 인력 2000여 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는 함께한 동료들에게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의 우주개발, 우주산업을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의미가 큽니다. 모두가 함께해서 가능했고,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라며 끝인사를 건넸다.우주를 향한 꿈을 실은 누리호에는 이 실장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깃들어 있다. 그들의 열의와 노력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쓸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을 간절히 응원한다.
22.06.20.이웃과 눈인사도 힘든 요즘,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꿰뚫고 있는 마을이 있다. 합천군 초계면 양떡메마을 사람들은 담장 너머의 이웃집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타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이 연락이 닿지 않는 부모의 행선지를 다 물을 정도라는데…. 이들은 어떻게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됐을까? (경남공감 2022년 5월호) 글 백지혜 사진 유근종 합천군 초계 분지 속 아담한 마을합천읍 소재지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양떡메마을. 드넓은 들녘 한가운데 소담하게 자리한 이 마을에는 50가구 100명의 주민이 산다. 주민 상당수가 60대 이상인 고령층으로 여느 시골과 다를 바 없지만 알고 보면 평범하지 않은 마을이다. 전국에서 마을 기업으로 유명한 이 마을의 아침은 마을 공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침 8시. 일찍이 출근한 직원들은 마을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다. 마을 주민이라 출근길은 고작 몇 걸음이 전부지만 공장에 도착하면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갓 나온 두부가 뜨끈하고 새하얀 김을 내뿜고 다른 곳에서는 떡가래가 줄줄이 이어져 나온다.2016년 6월, 마을 소유의 땅을 마을기업에 출자해 42가구를 주주로 하는 ‘양떡메 영농조합법인(성영수 위원장)이 설립됐다. 마을에서 직접 생산, 판매하는 주요 제품은 양파즙, 떡국 떡, 메주 총 3가지. 앞글자만 따서 ‘양떡메마을’이라 이름을 바꿔 달고 연 5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공동 급식으로 시작된 마을 화합소박한 마을에서 억 단위의 매출을 올리게 된 배경에는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다. 예전 이장들은 주민들에게 알릴 사항이 있으면 으레 마을 회관으로 가서 마이크를 잡고 방송을 했지만, 합천군 최초 여성이장을 맡은 성영수 위원장은 몸소 찾아가 마을 사안을 나눴다. 가서 보니 부녀자들은 농사일이 바빠 밥과 된장으로만 대충 먹고, 배우자와 사별하고 혼자 사는 70~80대 어르신들도 아무렇게나 먹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성 위원장은 마을에서 주민들에게 밥을 제공해 준다면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결정했다. ‘마을 주민 전면 무상 점심 제공’이라는 파격적이고도 신선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말이다. 공동체 생활로 확 달라진 양떡메마을식사 준비는 부녀회원들이 도맡았다. 각자 가져온 식자재와 주민들이 기증한 품목으로 음식을 마련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밥을 먹은 뒤로는 가장 먼저 어르신들 삶이 활력을 얻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어두운 방에서 TV와 시간을 보냈던 분들이라 옷을 차려입고 식당으로 나들이하는 자체를 신나 하셨다. 주민 박병환(66) 씨는 “예전과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니까요. 같이 밥 먹는 게 제일 좋아요. 밥 혼자 먹어 뭐합니까. 같은 반찬이라도 나눠 먹어야 제 맛이지!”라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마을 정보와 소식이 그때그때 공유됐고 아프거나 가정사가 있어 식당에 나오지 못하는 주민이 있으면 관심을 가지고 서로 챙겼다. 도시에 나간 자녀들도 마을 식당이 생긴 뒤부터는 고향 부모의 칠순, 팔순 잔치를 그곳에 마련했다. 자녀들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좋았고, 부모는 마을 사람들에게 한턱 낼 수 있어 뿌듯해했다. 돈독해 질 수밖에 없는 주민들 사이는 공동 급식을 중심으로 탄탄해져 갔다. 더불어 사는 삶이 주는 긍정적 영향이웃 간에 화목하고 우애 좋게 지낸다는 농촌 마을의 이야기는 이미 과거 이야기다. 각종 분쟁으로 고소, 고발까지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양떡메마을에는 전혀 분쟁이 없다. 귀농·귀촌인도 12가구나 되는데 원주민 중 누구도 텃세를 부리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장, 노인회장, 개발위원장 등 중요 지위를 내어주며 함께 마을을 이끌어 가고 있다. 매일 같이 밥을 먹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주민들 간의 친밀감과 유대가 강하게 형성된 덕분이다. 아랫마을에 사는 신민엽(56) 씨는 “점점 변해가는 이 마을이 얼마나 신기한지 몰라요. 빈집만 있어도 이사를 올 텐데 이 마을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줄 서 있어 엄두도 못 내요. 저도 이곳에서 함께 더불어 살고 싶어요”라며 양떡메 마을을 부러워했다. 코로나로 2020년부터 2년간 공동 급식이 중단됐지만, 식당 문이 곧 다시 열릴 거라고 모두 믿고 있다.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을 ‘식구’라고 한다. 식구처럼 밥을 나눠먹는 건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는 양떡메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뜨겁게 응원한다. 문의 055)931-7622
22.05.02.곧 식목일이다. 이 무렵이면 심고 가꾸는 일의 소중함이 더욱 부각된다. 지난 3월 울진·삼척에서 일어난 초대형 화재 사건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던 것도 그래서다. 식목일을 맞아 주민 스스로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는 사례를 소개한다. 2020년 경상남도 푸른경남상을 받은 사단법인 빛과 길(이하 빛과 길·대표 한수식) 이야기다. (경남공감 2022년 4월호) 글 박정희 사진 김정민 광도천에 수국이 심어진 사연통영시 광도면에는 광도천이라는 기다란 하천이 있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찰방찰방 물놀이도 즐기는 지방 하천이다. 해마다 4월이면 광도천 주변의 벚나무가 화사한 벚꽃을 피워 주민과 관광객을 행복하게 한다. 어느 날, 몇몇 주민이 생각했다. 벚꽃이 진 뒤 다른 꽃이 또 핀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시 광도면장(김호석·현 통영시 문화관광경제국장)이 수국을 제안했다. 음지에 강하고 봄·여름엔 꽃을 피우고 가을엔 잎 단풍이 좋으니 안성맞춤이다 싶었다. 제안은 실행에 옮겨졌다. 2017년 광도면 전역에 수국이 심어졌고, 이듬해 2018년엔 광도면을 대표하는 면화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주민과 관광객은 6~9월이면 광도면 일대 2.7km에 심어진 1만여 본의 수국을 보며 더없는 행복감을 맛본다. 물론 이 행복의 이면에는 아름다운 수국을 피우고 관리해온 빛과 길의 땀과 정성이 배어 있다. 빛과 길, 2020년 푸른경남상 수상순수 봉사단체인 사단법인 빛과 길은 2016년 말 설립됐다. 지역 문화축제 기획, 지역 문화유산 보존관리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주된 업무는 수국 관리다. 수국을 심고 가꾸고 예쁘게 사진 찍을 편의 시설과 쉼터도 만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 대형 화분도 세우고, 어려운 이웃에게도 꽃을 나눠주며 힘과 용기를 북돋웠다. 사실상 수국과 연관된 모든 일을 하는 셈이다. 덕분에 광도면이 수국의 고장이 되고, 관광명소로 이름도 날리면서 그 공적을 인정받아 경남도에서 주는 푸른경남상도 받았다. 광도빛길 수국 축제는 빛과 길의 자랑이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7~2019년 3회의 축제에는 주민과 관광객 수천 명이 수국의 향연을 즐기며 행복해했다. 코로나로 축제를 열지 못한 시기(2020~2021년)엔 사진 공모전, 오션 마켓, 작은 음악회 등으로 대체했다. 사진 공모전에는 199개 작품이나 응모됐는데, 선정된 20점의 사진 속 수국 모습이 매우 근사하다. “수국은 관심의 꽃…광도면 전역에 보급하고파”빛과 길 회원은 이사장을 비롯해 30여 명 정도다. 이들은 매월 한두 차례 꼬박꼬박 수국을 위해 몸으로 봉사한다. 수시로 호미로 땅 파고, 거름 주고, 가지 치며 사랑으로 가꾼다. 80여㎡의 사무실도 수국 묘목으로 가득하다. 취재진이 사무실을 찾은 날도 한수식(62) 3대 이사장, 이명해(58) 부이사장, 황덕규(67)·이기복(65)·김미경(55) 이사, 박석진(58) 사무국장이 수국에 대해 이런저런 의논을 하더니, 장갑을 끼고 호미를 들고 광도천으로 향했다. 수국은 땅심에 따라 꽃 색깔이 다르다. 산성이면 파란색을 많이 띤다. 물 관리는 특히 중요하다. 물 국화(水菊)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이 없으면 말라버려서 겨울에도 물주기에 유의해야 한다. 가지치기를 하며 수국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던 박 사무국장은 꽃이 피었을 때 다시 오라고 당부한다. “수국의 꽃말은 색깔에 따라 진심, 꿈, 거만, 배신인데 꼭 우리네 인생살이 같습니다. 관심 갖고 사랑을 베푸는 만큼 예쁜 꽃을 피우거든요. 6월 20일경 꽃이 가장 예뻐요. 그때 꼭 다시 놀러오세요. 앞으로의 계획이요? 광도면 전역에 수국을 보급하는 거죠. 수국향 가득한 광도면~. 참으로 멋지겠지요?”
22.04.04.거창군 걷기왕 탁윤생·박월숙 씨 부부
거창군이 코로나19로 제한된 일상 속에서 걷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기 위해 ‘거창군 걷기왕’ 행사를 열었다. 모바일 걷기 앱 ‘워크온’에 가입한 지역 주민 중 지난 가을 7개월 간(2021년 5~11월)의 누적 걸음 수 순위에 따라 선발한 결과,탁윤생·박월숙 씨 부부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이들 부부는 어떻게 걷기왕이 됐을까?(경남공감 2022년 3월호) 글 백지혜 사진 김정민 15년 전 위암으로 위 절제 후 걷기 운동 시작탁윤생(68)·박월숙(64) 씨 부부가 사는 곳은 거창군 신원면 양지마을. 그것도 마을 입구에서 골짜기로 한참 들어가야 나오는 곳이다. 두 사람은 한 눈에도 자세가 꼿꼿한 것이 건강해 보인다. 하지만 활기찬 모습 뒤로는 아픈 과거가 숨겨져 있었다. 15년 전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던 탁윤생 씨는 위암 선고를 받고 위를 모두 절제해야 했다. 평소 식습관도 좋지 않고 직장생활로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이라곤 조금도 하지 않았던 터다. 살기 위해 걷기 운동을 처음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수술 후유증 때문에 걷기 시작했는데 종아리 근육도 생기고 확실히 몸이 달라지더라고요. 동네 산도 가보고 멀리 있는 산에도 가보고 그러다 걷는 내공이 생겼죠.” 남편을 살리기 위해 안 쒀본 죽이 없다던 박월숙 씨도 남편 은퇴 후 거창으로 귀촌한 뒤부터 남편과 함께 걷기를 시작했다. 지금은 남편보다 더 ‘걷기 매니아’가 됐다. 하루 평균 4만 보 이상 씩 걸어 걷기왕 등극거창군 보건소가 주관한 ‘거창군 걷기왕’ 선발 행사는 모바일 걷기 앱 ‘워크온’ 가입자 중 5~11월 7개월 간의 누적 걸음 수 순위로 뽑았다. 워크온 가입자 중 3801명이 참여했는데, 탁윤생 씨가 총 891만 1613보, 박월숙 씨가 886만 4270보로 1, 2위를 차지했다. 탁 씨의 기록은 하루 평균 4만보가 넘는 것으로 3등과는 1만 5000보 이상 차이다. “워크온에 가입하기 전부터 아들, 며느리와 다른 앱에 가입해 꾸준히 관리해 온 것이 걷기왕이 될 수 있었던 비결 같네요. 귀농 생활이 즐거운 데다 거창군 보건소장의 권유로 워크온에 가입하고 이렇게 좋은 상까지 받았으니 더없이 행복합니다.” 기록 달성을 위해 군민들과 함께 한 점이 특히 더 흥미롭다고 했다. 참여자들의 기록이 하루 사이에도 엎치락뒤치락 순위가 바뀌는 걸 지켜보면서 도전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단다. 한 번 수상했으니 이젠 다른 군민이 좋은 기록을 달성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며 승자의 여유를 보였다.“나만의 코스, 나만의 걷는 방법을 만들면 쉬워요”그런데 하루 평균 4만 보 걷기는 어떻게 해야 가능한 것일까.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 물었는데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여기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아내와 둘이서 여기저기 다니기 시작했어요. 우리 집 전체를 한 바퀴 걸으면 400보, 대나무 길을 걸으면 1000보, 산을 넘어가는 멋진 길이 있는데 거긴 1만 보가 넘게 나와요. 내 몸 컨디션, 내가 걷기에 좋은 시간, 내가 걷기에 알맞은 보폭과 코스가 저절로 생기니까 그 다음부터는 그냥 걷게 되더라고요.” 박월숙 씨도 무조건 집에서 움직인단다. “비가 오면 집안이라도 돌고, TV 보면서도, 일하다가도 제자리 걷기를 해요. 걷는 건 발만 떼면 되는 거거든요. 장소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생각부터 바꿔야 걷기를 생활화할 수 있어요.” 이들 부부가 전하는 비대면 시대 ‘걷기’ 팁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방법일 수도 있다. 다만, 직접 실천에 옮길 수 있느냐의 선택은 각자의 몫일 뿐. 탁윤생 씨가 덧붙인다. “그래도 혼자보단 최소한 둘이라도 같이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입 꾹 다물고 머릿속에는 복잡한 세상사를 끼고 혼자 걷는다면 과연 그게 좋은 운동이 될까 싶어요.”
22.03.04.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로 지방 소멸이 걱정되는 상황이지만 하동군 청암면 원묵마을에는 다둥이 가족이 있다. 쌍둥이를 포함해 육 남매를 키우는 이선구(49)·이은선(33) 씨네다. 봄 햇살 맑은 날,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로 가득한 육 남매의 집을 찾았다.(경남공감 2022년 3월호) 글 배해귀 사진 김정민 선물처럼 찾아온 여섯 명의 아이하동군 원묵마을에 사는 엄마 이은선·아빠 이선구 씨 부부는 지난해 12월 쌍둥이 근우·근영이를 낳았다. 하나 키우기도 벅차다며 출산을 꺼리는 요즘, 결혼 12년 차 이들 부부는 쌍둥이를 포함해 육 남매를 뒀다. 든든한 첫째 딸 경미(11)와 사랑이 넘치는 둘째 창희(9), 마음이 여린 셋째 원희(6), 무얼해도 귀여운 넷째 강희(4), 이젠 정말 막내라며 소개한 다섯·여섯째 근우·근영이까지, 총 1녀 5남이다.이들 부부의 결혼 초 출산 계획은 보통의 가정처럼 아들 하나, 딸 하나였다.엄마 이은선 씨는 “첫째는 딸, 둘째가 아들이라 셋째로 딸을 한 명 더 낳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셋째를 낳았는데 아들이더라구요. 첫째 딸 경미가 여동생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넷째를 낳았는데, 또 아들이었어요. 하하”라며 웃었다.이제 그만 낳자고 했는데 또 생기더라며 아빠 이선구 씨가 미소 지으며 말한다. 정말 마지막이라며 다섯째를 임신했는데, 아들 쌍둥이였다. “아들이 셋이나 있으니 딸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지금은 쌍둥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 크답니다.” 사이좋은 남매, 보기만 해도 흐뭇해남매가 여섯이면 하루하루가 바람 잘 날 없을 것 같지만 이 씨 자녀들은 사이가 좋아 싸우는 일이 별로 없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다툼도 크게 없어요. 투닥거릴 때도 가끔 있지만 곧잘 화해하고 웃으며 같이 놀죠. 또 아이들이 쌍둥이 동생들이 자고 있으면 볼을 쓰다듬고, 만져주고, 뽀뽀도 하면서 애정표현을 한답니다.”이 씨 부부가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인성이다. 그래서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아이들 사이에서도 질서가 잘 자리 잡도록 가르친다. 또 집 근처 마을 서당에서 한문과 예절도 배우고 있어 바른 인성에도 한몫하고 있다고 했다.아이가 많아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엄마 이은선 씨는 “아빠가 아이들과 몸으로 잘 놀아줘요. 또 요리 솜씨가 좋아 음식도 자주 하는 편이라 큰 어려움은 없어요”라며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고 했다. 특히 넷째 강희가 말을 배울 때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단다. 물론 아이들이 많아 가사노동량이 많을 때면 힘이 들기도 하다. 하루에 세탁기는 기본 두세 번은 돌려야 하고, 뒤돌아서면 빨래를 개야 한다. 밥을 먹을 때도 큰 상을 2개나 펴야 하고 설거지 거리도 많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아이들로 인해 느끼는 행복에 비하면 육아의 무게는 그리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육 남매 살 집 마련하는 것이 바람다둥이네는 형편이 넉넉지 못하다. 목수 일을 하는 아빠가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아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아빠는 새마을지도자로 마을 일을 도우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여덟 식구가 생활하기에는 빠듯하지만, 그나마 하동군의 출산장려금이 도움이 됐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2년 차에요. 이 집도 급하게 구해서 이사를 왔고, 계속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첫째 딸 경미가 곧 사춘기가 올 텐데 자기 방도 주고 싶고. 그래서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집이 있었으면 해요.”다둥이네가 살고 있는 집은 마을에서 제법 떨어져 있어 스쿨버스를 타야 학교에 갈 수 있고, 친구네도 주변에 없다. 그래서 엄마·아빠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아이들이 밝게 웃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이선구·이은선 씨 부부. 세상에 빛을 본지 50여 일 된 막내 쌍둥이를 품에 안으며 작고 보드라운 얼굴을 연신 쓰다듬는 부부에게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수줍은 듯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 옆으로 자연스레 모이는 아이들. 여섯 보석을 품은 여덟 식구의 행복이 오늘보다 더 큰 내일이 되길 바란다.
22.03.03.